썸만 즐기는 남자

갈수록 연애가 힘들어지는 요즈음입니다. 이태리장인은 공휴일을 포함해 이번주동안 몇건의 상담을 했습니다만, 이번달 들어서 유독 섹스상담보다는 연애상담이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8월은 아무래도 섹스 릴레이션쉽은 대부분 잡혔다고 봐도 무방하죠. 클럽 투나잇의 몇가지 이벤트를 제외하면, 무더운 한여름에 몸 움직이기도 버거워 섹스영업을 중단하는 주변 인물들도 많습니다 😀

그런것에 비하면 앞으로 다가올 청명한 가을과 크리스마스의 겨울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연말대비를 위해 이제 조금씩 감정을 이동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것 같아요. (참고로 9월 17일 고백하면 100일이 되는 날이 크리스마스입니다 ㅎ)

하여,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남자(여자)와 지금 썸을 타고 있는게 맞는걸까요? 이 사람이 저를 좋아할까요? 입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선택지가 많이 늘었습니다. 삶은 마치 설익은 감자마냥 퍽퍽해지고, 사랑은 좀더 인스턴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조금씩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상처입는것에 익숙치 않은 연약한 멘탈이 요즘의 트렌드죠. 당연히 사랑하기도 이별하기도 뭐 하나 쉬울게 없는 요즘입니다.

어떤 남자와 잘 만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말이죠. 만날때는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놀이공원에 놀러가기도 하고 근사한 요즘 인스타에 유행하는 카페를 가보기도 합니다. 연락은 아침부터 밤까지 자주 하는 편이고, 분위기도 그리 나쁜것 같진 않아요. 근데 영 반응이 없어요. 어떤것 같아요?


예전에는 말이죠. 어장의 개념이 양식장처럼 칸을 정해두고 그물로 영역을 구분한다음에 하나하나 다 챙겨주면서 먹이도 뿌리고 수질검사도 하고 뭔가 다양한 어종들로 풍족하게 채워져있는 자신의 바운더리를 즐기는 파렴치한 어장이 많이 개점했다고 하면, 요즘은 좀 다릅니다. 단일 어종, 그것도 단 한마리로 구성된 조촐한 어장이지만 그것도 어장관리라고 개념잡아버리는거죠.

그게 왜 어장인가? 라고 한다면 결론적으로 사귈 생각은 없거든요. 당신과.


바야흐로 연애가 귀찮은 시대가 도래한 지금, 남성은 굳이 한 사람에게 매여 시간과 돈을 부어가며 애정있게 관리(?)할 만한 근거나 당위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여성이 정말 놓치면 두번다시 잡을 수 없는 특급어종이 아닌 이상, 그는 그렇게 크게 애착을 두지 않아요.

하지만 가끔은 데이트도 하고 싶고, 영화도 보고싶고, 사귀는 사이처럼 카톡도 주고받고싶을때 심지어는 가끔씩 섹스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라면 그에게는 아마 땡큐일겁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연애세포가 죽지 않을만큼 적당히 썸을 타는것에 익숙해져버린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굳이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책임감이나 점점 사라져가는 연애감정, 헤어짐을 말하는 순간의 당혹스러움 등등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거에요. 그는,

사실 이런 세태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의 연애풍속이 우리나라와 3~5년정도 시간차가 있다 보면 딱일거에요.


이게 딱 2021/2024년 기사인데요,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매여있는 삶에 대한 거부감을 이유로 일본의 남성들이 연애를 피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비슷해지고 있다는거에요.

또는 이렇게 연애를 아예 할 생각이 없는건 아니지만, 좀더 오래 지켜보고 난 뒤 시작하려고 하는 신중파의 케이스도 예전보다 평균 연애 시작기간이 길어졌다고 합니다.



요는, 이런 여러 이유로 연애를 기피하는 남성들과 썸을 타고 있다고 착각하고 그러지 말라는거에요. 그가 잘해주고 잘 챙겨준다는 이유만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김칫국드링킹을 하다보면 상처받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들에게 대시를 했을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뻔합니다.
“나는 아직 연애할 여건이 안돼”
“지금은 혼자가 좋아요”
“공부도 못 끝났고, 누군가를 만날 여유가 없어요”

대시하면 차일까 두려워 고백을 꺼리는 남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남성은 이러한 말로 상황을 회피하곤 하는데 사실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이런 상황이 생기기 전에 고백을 합니다. 딱히 사귈정도까지 마음에 드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놓아주기엔 아까우니까, 의 범위에 당신이 있는것 뿐이죠.

정말 그 남성이 마음에 든다면, 빨리 피하세요. 연락은 적당히 받고, 정말 나를 좋아해줄만한 남성을 탐색하세요. 그게 장기적으로 곧 이루어질 사랑에 드는 에너지를 쏟아붓기 위한 좋은 전환점이 될거니까요. 계속 그렇게 가다 그가 당신에게 대시할 확률은 정말 0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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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씁쓸하지만 현실이라. 그나저나 현실인식에 새롭게 눈뜨고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