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 생각의 접근이 다르고 시작점도 다르고, 그 수많은 생각들을 늘어놓고 셀렉션하는 방법도 다르다. 이를 일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가능한 선에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이해하려는 시도를 도통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마 평생 싱글라이프를 누리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사람들이 겁이 많아졌다. SNS와 메신저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다이렉트로 상대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손편지에 글을 적고 보냈다. 지웠다 썼다, 편지지를 바꿨다를 반복했다. 공중전화박스에서 상대가 전화를 받으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끊었다. 술취해서 삐삐(호출기)에 음성메세지를 남겼다가 상대가 확인하기 전에 가능한 모든 비밀번호를 조합해가며 메세지함에 접근해 삭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모든것이 느리고 신중했지만, 결심을 하면 직진했다.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서로를 배려했고 그것이 당연한거라 여겼다.
지금은 자신이 상처입는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마음도 예전보다 강하지 못하고, 고백도 은근슬쩍, 간을 보는 일은 부지기수에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고 나가야 할지를 알지못해 갈팡질팡하는 일이 많아졌다. 자신이 고백을 했다 까이면 그것에 대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상대를 미워하거나, 혹은 비난하게 되었다.
서로 먼저 자기에게 와주길 바라는 일이 많아졌고, 그 수많은 감정의 교환은 직접 마주보고가 아닌, 카톡 몇 줄과, 때로는 전화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모든것이 간편해졌다. 이는 때로는 편하고 좋을 수 있으나, 더이상 두근거림은 예전보다 못하게 되었다. 밤새워 마주보고 앉아 자신의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을 바라보고 절절이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하던 이야기는 이제 고전 트렌드가 되었다.
관계의 시작이 가장 두렵고 설레인다
열한시부터 여섯시까지
어떤 썸을 타고 있는 남녀가 있다. 사실 누가 봐도 썸이다. 서로가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것 이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 있고, 때로는 우선순위로 챙겨주고 감싸주는게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주변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발짝만 더 다가가면 자신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확신이 깨어지고 관계가 서먹해지는 것, 또한 새로 이 모든 과정을 다른 사람 누군가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리만큼 싫기 때문이다.
서투르게 남자는 가끔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이 조금 호의적인 시그널을 보내면, 그것이 자신을 향한 간접적인 대답이라 여기고 착각의 행진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핀트가 맞지 않거나 오버플레이를 하게 되면 여성은 남성에 대해 실망하기 시작하고, 그것을 알아차린 남성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성에게 직접 다가가 고백을 한다. 그러고는 끝.
남성은 그때즈음에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되면 되는거고, 아니면 그냥 앞으로는 안볼 작정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그녀에 대해 어장이었다며 비난한다. 그럴거면 나에게 시그널을 보내지를 말던가. 사람 갖고 노는것도 아니고, 그런 여자 딱 질색임! 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그 남자가 마음에 들어가는 단계일수 있다.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일상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드러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현재 상황도 살핀다. 자신이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부담이 되면, 그 사람이 좋더라도 하지 않는다. 이는 한꺼번에 많은 주변요소들을 정리하고 캐치할 수 있는 여성의 특성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지내도 좋고, 그 사람은 다른 남자들에 비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것을 확정짓는것에 대해서 너무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그러한 여자의 습성과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좋아하면 사귀는거고 계속 둘만 보고 싶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쯤이야 얼마든 둘이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에 대한 분류는 그때그때 맞춰서 하면 그만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이 분명 자신에게 어느정도 호감이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된다. 그러고는 무엇인가 저지르고 몸을 뺄 준비를 하게 되는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열한시부터 여섯시까지
사랑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가치는 [인내]이다. 말로는 그 사람을 배려하고 신경쓴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참을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자체로 밀고 가느라 주변의 많은 단서들을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내가? 왜 나를? 이런 질문이 아니라 그녀는 왜? 라고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게 맞다. 그러고 잠시 멀리 떨어져 살펴보면 이유를 챙길 수 있다. 사랑의 본질은 이러한 생각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사실은 시간을 주는것이 맞다. 그 시간은 그녀를 위한것일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시간을 가지게 되면 이 마법은 안개같은 장막을 수월하게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그녀의 생각은 왜 그런지, 주변 상황은 어떻게 변해가고, 앞으로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뭐가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새 사랑은 성숙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숙된 사랑은 어떤 결론을 품든지간에 아름답다.
나는 여러분들의 숨겨진, 또는 진행중인 사랑이 모두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론을 얻고, 두근거리는 사랑을 시작하든지 혹은 가슴아파 눈물로 며칠밤을 지새든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