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키핑하기(상)
그냥 지인과 썸의 중간, 썸과 교제의 중간에는 엄청난 거리의 갭이 존재합니다.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가 좁히는가는 어쩔수없이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의 한계점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전제내에서 (골든타임에 대한 이야기는 담번에 마저 적기로 하겠다) 그녀의 호감을 얻기위해 무엇인가 액팅을 하는것은 무척이나 필요한 일이죠.
이 호감이 굳이 이성적인 호감이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의 호감 –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구분되어 있는 남성보다는 유연하게 변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쪽에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둡시다.
앞의 글에서 여성의 시그널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지만, 다른 무엇보다 호불호에 대한 시그널은 상당히 명확한 편입니다. 특히 자아가 강한 여성일수록 일종의 메뉴얼을 소환해서 바로 앞에 있는 남성에게 읽혀주는 행동을 꽤 좋아해요. 그러면서 남성은 학습을 하게 되는거고. 아, 이건 그녀가 좋아할만한 거구나. 이건 절대 해서는 안되겠구나, 하고.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그렇게 명확한 메뉴얼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당당함이 혹 오만함으로 비쳐보일까 하는 걱정에서 출발 할수도 있고, 자라온 환경탓일수도 있죠.
그렇다고 그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단지 밑에 깔아두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낼 뿐이고, 그것을 캐치하는 것은 남성의 몫입니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 몇가지만 소개해두겠습니다.
어떤 여성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읽는걸 좋아해요”
“아, 그러시군요”
이렇게 대화가 마무리되면 안됩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어떻게든 구체화되어야 하죠.
“저는 책읽는걸 좋아해요”
“책 좋아하세요?” <— 같은 되물음이지만 대화를 디테일하게 잇는 시발점이 된다.
“네, 시끄러운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서 책읽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저도 조용한곳을 좋아해요 ㅎ 교보문고 안쪽에 책읽을수 있는 공간 너무 괜찮더라구요”
“아, 저희 집 앞에도 있어요! 교보문고”
여기서 얻은 소득
1. 그녀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 그녀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추가정보)
3. 자신과 그녀의 비슷한 점을 찾아 상기시켜 주었다.
여기서 사실 그는 교보문고가 그녀의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연결시켜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해봅시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선물이 마땅치 않을때, 책을 선물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예상도 하게 되겠죠.
두번 질문으로 디테일하게 들어간 내용은 남성의 머리에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그녀에게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선물을 할 생각을 떠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뒤이어 오늘의 대화창이 떠오르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일것이고 말이에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키핑하기 위해서라도 두번 확인합시다.
여성과의 대화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물론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분석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제일 중요한것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주제를 짚거나 혹은 예상을 하고 대화를 하는것입니다.
처음부터 의도가 다르면 결국 그녀는 당신과의 대화에서 딱히 효율적인 무엇인가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대화를 줄여나가거나 아예 입을 닫게 됩니다.
그렇다고 대화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의도만 파악하면 그다음에는 적당히 결론을 내 주어 그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녀가 종종 흘리는 시그널을 줍줍해서 기억속에 저장해놓고 필요할때 꺼내어 쓰면 그만입니다.
보통 여성보다 남성이 더 사회화과정이 진전되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 이유는 – 사실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 남성과 여성의 마인드차이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지면 커뮤니티를 형성할수 있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철저한 공감대 형성을 우선으로 하기때문에, 그러한 매칭이 이루어진 대상만 바운더리에 소환합니다.
그러하기때문에 결속력또한 높고, 대조군에 대한 배척성향도 그에 비례해 강한편입니다. 이러한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을 안다면 굳이 경험해보지 못할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릴레이션쉽을 갖기 위해서 그녀와 동기화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그녀와의 동기화를 위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전까지는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주의하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호구조사형식의 대화가 되는것은 더더욱 지양해야 할 문제고.
(하)편에서 이어서 적어보겠습니다.
부록.
아직은 순수한 여성들이 착각하는 경우가 발생하는것도 이를 수용하는 남성의 피드백을 잘못 읽어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면 이 남성이 나에게만 잘해주는게 아니라 다른 여성에게도 비슷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느끼는 혼란스러움이죠.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남성은 이래서 힘듭니다. 자신이 의도해서 시그널을 흘리지 않는다면, 여성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좋지 않은 형태의 전개와 결말을 유도하죠.
이것은 어장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과시욕에서 기인합니다. 20대 초,중반의 남성중에서 유독 콜렉터들이 많은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입니다. 콜렉터란 흔히 카톡 대화목록에 여성들이 대부분 깔려있는 상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을 말하는 용어인데, 실제 대화갯수대비 실속은 없는 스스로를 드러내기도 하는, 어느정도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워딩입니다.
이러한 빈깡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성은 자신이 이성적으로 호감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나머지 여성에 대한 구분기준을 따로 만들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게 (혹은 당사자 그녀 단 한명이라도) 진행을 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여성은 모든 이성에게 젠틀한 남성보다는 자신에게만 적당한 매너를 유지하는 무뢰한을 더 좋아할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