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첫 만남을 상상하기A

섹스를 위해 두 남녀가 만나는 과정은 물리적으로 보면 단순하게 두 사람사이 거리가 0cm로 수렴하는 단계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수백, 수천가지 감정의 흐름과 호르몬의 교환, 그리고 뇌를 자극하는 수없이 많은 조각파편들의 조합으로 여기저기에 얽혀있는게 예사입니다.








처음으로 섹스한다는 것은 두렵습니다. 그 기간의 갭이 클수록 더해요. 한때 몸을 지배했던 욕정의 흔적은 기억조차 가물거리지만, 두려움은 바로 코앞에서 스물거리며 빨간 등을 켭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주저하고 또 포기하죠. 

아직도 여전히 섹스 능동주체의 권한은 대부분 남성에게 부여되어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여성은 언제나 그렇듯이 심리적이거나, 사적인 또는 여성건강과 관련된 여러가지 불안과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건 함께 해결해나가거나, 혹은 과감한 결단을 대입하거나 하는 간접적인 방법론만 드러낼뿐, 사실은 어쩔수 없습니다. 물론 한번을 놓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해지죠. 그 한번이 어렵다는게 문제.

누군가가 물어봅니다. 안전하게 원나잇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라고 말이죠. 사실 판타지의 설정과 비슷합니다. 누구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어떤 섹스를 하는지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는 사람과 안전을 논의하는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죠. 어쩌면 확률이 낮은 복불복에 가깝습니다.

섹스는 애정의 결과, 또는 과정의 산출물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즐기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찾는 매개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시간속에서 잘 닦인 포장도로만 걷게 되는 기대를 하진 않아요. 분명 그 안에서 여러 갈림길, 비포장도로, 흙탕길을 마주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길을 걸어가며 여기저기 나 있는 꽃들과 나무, 초록의 아름다운 요소들을 못본듯 지나칠 이유는 없습니다. 때로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히고 비온후의 흙내음이 신선하게 폐부를 훑을때도 있겠죠. 우리가 어떤 길에 서 있든지간에, 볼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면 바라보면 그만입니다. 처음부터 삶은 언제나 그런 역할이었으니까요.

당신을 옭아매는 여러 요소들은 사실 스스로가 먼저 만들어낸것들입니다. 이를 깨뜨리고 변화를 감당한 댓가로,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통해 즐겁고 두근거리는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져가는것도 당신의 몫이고, 안정된 라이프싸이클에 스스로를 가두어 지키는것또한 당신의 선택입니다. 사실 어느것도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게 포인트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당신의 다양한 선택지에 체크되어 있는 무엇인가를 지지합니다. 그건 변하지 않아요.





미세먼지농도만 나쁘지 않다면, 우리는 아마 창문을 열어놓고 거기에 쇼파를 옮겨놓은채 일광욕을 하고 있을거에요. 따뜻하게 내리쬐는 빛에 둘러싸여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다보면 자연스레 눈이 감기겠죠.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두손을 잡은채 어깨에 기대어 마치 처음부터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연인처럼 여러 이야기를 다정하게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손가락을 장난스럽게 만지는, 그런 설레는 연인들의 첫 행동처럼 말이죠.

우리는 키스를 할거에요. 눈싸움하듯이 수줍어 고개를 누가 먼저 돌릴까 두 눈을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가까이 다가가버렸음을 뒤늦게 알아차린거죠. 1미리의 간격정도 남겨두고 키스해도 되냐고 물어볼지도 몰라요 작은 입술의 떨림이 서로에게 전달되겠죠. 부드럽거나 혹은 격정적인 타액의 교환이 이루어질거에요. 둘은 어쩌면 머릿속에서 서로의 옷을 벗기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두근거림과 숨가쁨이 공존하는 야릇한 쾌감이 이어질거에요.

편하게 백허그를 한 상태로 당신을 어루만질거에요. 또는 목 뒤에 키스를 할지도 모르죠. 귀 아래부터 천천히 내 숨소리마저 불어넣으며 저절로 떨리는 몸을 느껴가고 있을거에요. 당신의 솜털 하나하나를 쓸어가며 살짝 어지러움마저 느끼도록 말예요. 어쩌면 당신은 이미 브래지어 클립이 풀려버렸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런 자극이 온 몸을 휘감을때마다 마주잡은 손을 꼭 쥐겠죠. 놓지 말아달라는듯.

숨이 가빠지다 못해 들이마시고 내쉬기 힘들정도가 되면, 서로의 혀가 엉켜 더이상 참지 못할정도가 되면 우리는 어느덧 벌거벗은 몸으로 부둥켜 안고 심장의 고동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겠죠. 단추를 하나하나 끌를때마다 드러나는 하얀 속살,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 살내음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지도 몰라요. 머리를 쓸어 넘기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심장 아래로는 꿈틀거리는 하반신의 마찰로 저도 모르게 이미 젖어버린 허벅지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신음은 이미 아까부터 나오고 있었는걸요. 누구의 입에서 먼저였는지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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