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일반적으로 친해지는 방법
이태리장인은 소개팅을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제 ‘선’ 이라고 해야하지 않나요? 라면 용서하지 않겠음) 물론 동생들은 아주 끊임없이 소개팅을 주선합니다.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예쁘고 몸매도 장난아니며 간혹 스펙또한 좋을때가 있다죠. 또는 집이 잘 산다던지.
하지만 이태리장인은 단 한번을 제외하고 군대 다녀온 이후 소개팅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무엇인가 인위적인 만남이 시작되면 그렇게 말 잘하는 이장도 할 말을 잃습니다. 조금의 실수에도 당황하게 되고, 모든 순간의 해프닝마다 긴장상태로 연결됩니다. 아마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때의 내 모습을 보고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로 굳어있다는 거죠. 그래서 자만추라는 핑계를 대면서 소개팅을 하지 않은지 벌써 몇년째인지! 그 자리가 영 불편하고, 직업병처럼 여성의 현재 심리를 들여다보는 피곤함에 묻힌 시간을 보내는것 자체가 영 마땅치 않은겁니다.
기껏 했다던 한번의 트라우마도 있어요. 대학원 들어가기 직전 후배의 언니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자기 언니를 소개시켜줬을까, 싶어 하는수 없이 나갔었는데, 그쪽에서는 아무래도 이장이 영 별로였나봅니다. 솔직히 군대 갔다온 이후에는 줄곧 범생스타일이었던데다, 딱히 말주변도 없기도 했고… 그냥 너디남이 아닌 그냥 너드같은 느낌?? 근데 여성분쪽은 주머니를 툭툭 털면 걸크러쉬 부스러기가 나오는느낌으로 진한 화장과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특정부위의 타투, 그리고 가죽부츠에 초미니스커트로 아주 위세당당으로 이태리장인과 몹시 비교되었었죠.
흔히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럼 술 한잔 하실래요?”
“제가 선약이 있어서요”
라고 팽당하고, 흐지부지되어 오히려 후배가 상당히 미안해했더라는 이야기만 남았지만, 그건 사실 그녀의 코드에 조금도 반응하지 못한 내 존재감이었지, 그녀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후 요가강사 그녀를 만나게 되어 환골탈태를 하게 되었고, 동류의 여성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차량으로 수십대를 만났던것 같습니다. 즉 과거의 나는 사라져 버린거죠.
물론 트라우마는 필연적으로 남았고, 그러한 이유를 핑계로 이후 인위적인 만남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모든것이 인스턴트 밀키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여성과 친해질 수 있는 모든 소주제와 오브젝트, 그녀들의 대화법과 관심사를 파악하기 시작했어요. 얼굴표정만 봐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불만이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사소하게 그녀들이 말한 부분을 흘려들은 적이 없었죠. 하다못해 내게 주는 선물에서 각자가 선호하는 색상이라던지 분위기의 코드를 짚어내기도 했고, 세심하게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그야말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태리장인은 여성들과 쉽게 친해지고 각 영역에서 적절한 릴레이션쉽을 맺을 수 있었다, 는 뭐 그런 이야기.
이후에 나이를 먹으며 이태리장인은 조금 더 업데이트가 되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사이의 경계를 만드는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녀가 혼란스러운 감정에 싸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시그널을 명확하게 주기 시작했고, 사람에 따라 부담이 가거나 혹은 둔감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그만큼의 신호세기를 다르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만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 채 나의 감정영역에 들어오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어요.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안정화되었습니다. 이후에는 Go와 Stop의 제동거리까지 정확하게 맞추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까지 얻게 되었죠.
사람들은 이태리장인이 어떤 상황에서든 모르는 여성과 이야기하며 쉽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부분에 대해 신기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쉽게 보는것은 결코 아니죠. 오히려 이장은 외롭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를 정말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단지 나는,
- 어떤 관계든간에 솔직하게 시작하고, 거짓으로 대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내 기준으로 파악하지 않으며 내가 보는 시선과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여 상대가 헷갈리지 않게 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할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합니다.
- 상대를 파악하는 것에 있어 빠르고 정확하게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굴하거나 눈치를 보거나 우물쭈물하며 주관없이 끌려다니지 않으려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는것으로 즐거움을 찾아요.
- 상대가 주는 신호를 오차없이 읽어내며 내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고 눈을 자주 바라보고 자주 웃으며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관계가 형성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의 모든것을 믿어주며 같은 편이 되어 함께 버틸 수 있도록 애를 쓰는것도 마다하지 않죠.
사람의 수명에 비해 앞으로 남은 시간중에 정말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간을 보고 머릿속으로 셈법을 굴리며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사람을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솔직한 생각과, 상대를 파악하는 센스가 합쳐질때, 그녀는 반발이나 경계없이 스스로를 오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살펴보는 관심과, 적절한 거리유지는 필수 옵션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일테고 말이죠.
말이 길었는데, 이후부터는 여성의 어느부분에 주목하고 관심있게 대해야 하는지, 여러가지 주제별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