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말아요 3

주말이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일찍부터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 상태로, 클러빙을 준비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곳에는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었다. 오늘은 누구와 춤을 추고, 몸을 더듬으며, 데리고 나가 섹스를 즐길 것인가.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것임은 분명했고, 시간은 이래나 저래나 흘러가는건 매한가지였으니까. 물론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꼴에 그것도 트라우마라고, 여자에게 침대앞에서 Bang당한 가슴아픈 기억에 왠지 난 이번주 섹스는 건너 뛰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마침 룸에서 멤버들이 놀고 있었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쇼파에 늘어붙은 껌처럼 질척대고 있는 찰나, 친한 여동생 티나가 철푸덕 하고 옆에 주저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빠 안놀아?”
“나 요즘 맘이 힘들다.. 그리고 절로 가서 피워;; 나 오래 살아야해”
“어머어머, 늙은 티내는거봐.. 그리고 이건 풀(대마)이거든?”
“뭐든 냄새나, 절로 가”

샐쭉해서 토라진 그녀는 냉큼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민호가 히죽거리며 잔을 따랐다.

“형 요즘 심기가 불편해서 그래 ㅋㅋ 침대에서 까였거덩”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민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오빠가? 컨디션이 안좋았어?”

“타로 쫌”

나의 찌푸린 눈길을 받는 민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화제를 돌렸다.
“근데 넌 왜 놀다 말고 들어왔어?”

유난히 표정이 정직한 티나의 양미간이 일그러졌다. 물론 그녀의 후속타로 우리는 그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되었지만.
“아… 플로어에 마구로가 떠서.. 눈 씻으려고ㅋ”

마구로;;;
민호와 나의 인상이 순식간에 그녀와 동기화가 되었다.

마구로 = 참치(참 치고싶은 놈) 이라는 20대 중반의 악명높은 녀석의 이야기는 나도 종종 듣고, 스테이지에서 직접 보기도 했다. 클러빙하는 여자들 사이에서는 블랙리스트중의 블랙리스트인데, 꽤 곱상한 얼굴과 말빨로 데려나가서 모텔로 가는게 아니라, 자기 차에서 대부분 해결하는 스타일(?). 게다가 여자가 거부라도 할라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싸이코패스급으로 널리 알려져있었다. 그놈에게 옷가지 안 뜯겨본 애가 없다는 이야기도 돌았었으니.. 여튼 딱히 상종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메론을 집어들어 한입 베어물었다.

“에효.. 오늘은 또 어떤 불쌍한 여자애가 제물이 될는지..”
“아, 벌써 문질러대고 있던데?”

민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보았다.
“누구?”
“왜, 새로 여기 징박은 애 있어. 키 좀 크고, 가슴도 큰데 약간 피부톤 처진애 ㅋ”
역시 여자는 외모인가. 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손뼉을 짝 하고 마주치기 전까지는

“아 맞다. 지난주에 오빠가 데려나간 애 있잖아. 걔”


나와 민호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 어디가? 오빠? 걔 알아?”




“재용이 부르고 공업사쪽으로 가자.”
물론 오지랖떨기로 나름 유명한 나였지만, 딱히 이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문제는 마구로가 데려나간 여자애가 그녀라는것.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성향이라면 마구로의 잠재된 폭력성의 바닥까지 드러내게 할것 같아 신경이 엄청 쓰였다.

공업사 뒤쪽 공터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카섹스라이프를 즐긴다는 녀석의 취향을 건너건너 들어왔기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흔들거리는 중형차 한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똑똑똑


적지않게 당황한 녀석의 얼굴이 창으로 드러났다.
“나와”

황급히 옷을 걸치고 윈도우를 내린 마구로는 살기어린 눈으로 고개를 내밀어 나를 바라보았다.
“이 새끼가 뭘 잘못 쳐먹었나… X발, 안꺼져?”

대답은 내 뒤에서 들려왔다.
“나오라고”

내 허벅지만한 팔뚝이 하나 슥 나타나서 마구로의 멱살을 잡아 윈도우 밖으로 한번에 끌어낸건 순식간이었다. 허물벗겨지듯, 자신의 홈그라운드였던 차 안에서 통째로 벗겨져 나온(?) 그녀석은 순식간에 일어난 공포스런 상황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190cm 0.1t의 전직 유도선수가 떡하니 서있었다. (솔직히 나같아도 지렸을거다..)

“내 동생이야. 꺼져라”
“…예?”
“꺼지라고!”

다행이도 걸치고 있던 팬티를 다시 올린 그녀석은 빠른 속도로 도망가버렸고, 우리는 남겨진 마구로의 차와, 그 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한쪽 뺨이 벌겋게 부어오른 그녀를 바라보았다.

“옷 입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후닥닥 옷을 입는 동안, 나는 민호에게 말했다.

“재용이랑 먼저 가. 나는 얘 데리고 갈게”
“알았어요”


민호가 멀어져가는동안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재수 없으려니, 이럴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 그 놈, 알아주는 싸이코니까”
“…응”
“아프진 않아?”

뒤돌아 바라본 그녀를 보고 난 흠칫 놀랐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언제 흘러내릴지 모르는 그녀의 눈. 나는 푹 한숨을 쉬고 그녀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걸을 수 있지? 가자”


(4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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